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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 두 마리

김해동 | 2012.10.09 11:20 | 조회 2538

B. Braun World Conference가 올해는 Spain의 수도 Barcelona에서 열렸습니다. 전세계 150여 자회사의 사장들이 부부 동반으로 4년에 한번씩 모이며, Dr. L. G. Braun 회장님을 위시해 각 부서의 책임을 맡고 있는 Board Member들이 제시하는 회사의 중장기 Mission과 전략을 공유하는, Group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입니다. 이곳에 참석하기 위하여 K항공에 몸을 싣고 모처럼의 한가로움을 즐깁니다. 최고급 White Wine, Chablis 한잔을 마시니, 야채가 나옵니다. 여 승무원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앤초비를 따로 더 드릴까요?” 하고 묻습니다. (Anchovy:소금에 절인 지중해산 멸치로서, 일종의 이탈리아식 멸치젓-편집자주).
 
“네” 하고 얼떨결에 대답은 했습니다만, 세상에 야채 먹는데 앤쵸비 따로 시켜 먹는 놈이 나 말고도 또 있었단 말인가? 아니 도대체 어떻게 알았을까?
어릴 적 부산에 갔을 때, 충무동 골목 할매국수집에 가서 남들이 그토록 맛있게 먹는 비빔국수를 먹은 적이 있었습니다. 세상에 그걸 사람이 먹으라고 만든 것인지, 먹으며 화가 치밀어 올라 한 번 열이 나고, 또 메운 탓에 두 번 열이 나 채 삼분의 일도 먹지 못했습니다. 한참 후에 무언가 먹고 싶은 것이 있는데 생각이 나지 않다가, 그것이 부산의 비빔국수였다는 것을 알게 되고, 다음에 다시 들렸으나 다 먹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후 30년이 지난 지금도 부산에 갈 때면, Schedule을 희생해서라도 어김없이 그 집을 찾아 찌그러진 양은 종재기에 내오는 그 말도 안 되는 국수에 고추장을 더 퍼 넣어 먹습니다. 물론 다 먹습니다.
이태리에도 부산의 할매국수가 있습니다. 앤초비스파게티! 너무 짜서 할매국수와는 달리 아직도 다 먹어본 적이 없습니다. 아니 반조차 비우기 힘듭니다. 그럼에도 이태리에 가면, 제일 먼저 앤초비스파게티부터 찾습니다. 한국에서 앤초비 생각이 나면 봉골래(흰 조개를 넣은 White Wine 소스를 사용한 스파게티)를 시키며, 앤쵸비를 특별히 많이 넣어달라고 하거나, 아예 앤쵸비를 따로 한 접시 부탁합니다. 처음 가는 집에서 이 복잡한(?) 요구를 하면 이상한 사람 다 보겠다는 시선은 기본이고 무슨 말인지 이해조차 못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곤혹스러워 아예 단골을 찾게 됩니다.
저에게 이렇게 황망스러운 앤초비를 요구도 하기 전에 커피에 크림 필요하냐는 듯, 아무렇지 않게 물어주니 어떻게 그 피곤한 설명을 해야 하나 걱정하던 제가 감격하지 않고 베기겠습니까? 어제부터 찌뿌둥 했던 피로가 싹 풀리는 듯합니다. K항공이 나의 출장을 위해 이 비행기를 따로 준비한 듯한 착각마저 듭니다.
최고의 Service를 추구하는 Singapore Air와 고급스러운 고객 감동으로 화제가 되는 Arab Emirate도 내게 멸치 한 조각 갖다 주지 않았습니다. K항공이 다른 곳에서 비록 욕을 먹어도 나는 떠날 수가 없습니다. 멸치를 챙겨주는 여승무원이 있는 한 잠깐 잘못한다고 조강지처를 매번 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멸치 두어 조각으로 K항공은 주요 고객을 평생 고객으로 만든 것입니다.
우리 회사가 A골프클럽 법인 회원이라 아무래도 자주 나가게 됩니다. Club Service가 좋습니다만, 특히 Caddy들의 친절함은 감동적입니다. 마지막 홀에서 보통 손님이 타고 온 차번호를 묻습니다. 골프 백을 차에 실어주기 위함이지요. 그런데, 생전 처음 보는 Caddy가 “오늘은 사장님 차, XXX8226번 타고 오셨어요, 아니면 사모님 차 XXXXXXX번 또 타고 오셨어요?”라고 묻습니다. 이쯤 되면 웬만큼 까다로운 분, 또는 Service에 불만이 있었던 손님도 마음을 풀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Caddy Service에 만족하면 추천을 해주는 제도가 있습니다. 세 번에 두 번은 도저히 그냥 돌아설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추천서에 여러 찬사를 써넣습니다. ‘친절’, ‘Professionalism’, ‘명랑’, ‘쾌활’, ‘능동적’ 등등...
같은 지역에서 약 일 킬로미터도 안 떨어진 곳에 자리한 Y골프클럽은 악명 높은 Service로 유명합니다. 덕분에 회원권 가격이 A골프클럽의 십분의 일입니다. 세상이 좋아져 최고의 Service를 자랑하는 Golf Club도 수없이 생겨, 경쟁적으로 좋은 Service를 개발하여 제공합니다. 그 중 제가 가장 싫어하는 Service는 차가 도착하면 여러 명의 Caddy들이 줄지어 서 있다가 큰소리로 인사하며 절도 있게 고개를 숙이는 것입니다. 좋은 인상은 커녕 부담스럽기만 하고, 연약한 여직원들을 혹사시키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인건비 싼 후진국에서나 함직한 Service입니다.
Service 수준으로 2003년 골프장 중 최고로 뽑힌 O골프클럽에도 얼마 전에 개인회원이 되었습니다. 제가 회원인지 모르는 것은 당연한데, A골프클럽에서 Spoil된 저는 왠지 허전하고, 그곳에 정이 안갑니다.
한번은 단체 모임에 참석하기 위하여 A골프클럽을 찾았습니다. Caddy가 Service에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몇 년 동안 경험한 이 골프장의 Service Standard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짐작컨대, 제가 회원인줄 모르고 흔한 단체 손님 중 하나로 안 것입니다. 

 



결론은 바로 CRM이었습니다. K항공과 A골프클럽에는 CRM이 있었던 것입니다. 해외출장이 잦은 제가 중요 고객임이 당연하겠지요. 저에 대한 기초 자료가 Cabin 승무원에게 사전에 배부되는 것입니다. ‘이 고객에겐 멸치 두 마리만 챙겨주면 끝난다.’ 라고 CRM에 쓰여 있을까요? Caddy가 Rounding전에 예약한 회원의 이름을 치면 차량번호는 기본이고 언제 어느 Caddy를 추천했다는 것이 줄줄이 나오겠지요. 회원에게 추천을 많이 받으면 어떤 상이 있는지 몰라도 3분의2 확률에 도전해볼 욕심은 날것입니다. 반면에, 그렇게 헤픈(?) 회원에게도 추천을 못 받으면 Caddy자신의 Service에 결정적인 문제가 있다는 객관적인 증명이 될 것이니 싫든, 좋든 혼신의 힘을 다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감동할 수밖에 없고, 감동한 고객도 사람인지라 당연히 요구할 일도 안 시키며, 칭찬만 해댑니다. 이것도 선순환이지요.
CRM이 없는 O골프클럽은 General Service는 우리 나라 최고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정작 가장 중요한 회원에겐 감동을 줄 수 없었습니다. 20%의 고객이 기업의 80%의 이윤을 준다는 기본 법칙을 무시한 채 그 비싼 Service를 남발하는 것입니다.
우리 Key Customer는 우리 나라, 세계를 통틀어 가장 상위 Society에 자리한 분들입니다. 최고의 안목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지요. 문화가 발달할수록 까다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 비싼 General Service Level을 아무리 올려봐야 이분들을 결코 감동시킬 수 없습니다. 줄지어 서서 누구에게나 큰소리로 인사하는 Caddy들처럼 부담스럽기만 합니다.
요는 멸치 두 마리입니다! 요는 CRM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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